1975년에도 퐁 아류 게임 약 17개가 발매되며 퐁 열품을 이어갔습니다. 참고로 1972년 아타리사의 퐁 발매 이후 아타리사 정식 후속작이 3작품 발매되었고, 타사에서 1973년 34개, 1974년 23개의 퐁 아류작이 발매되었으니 퐁의 열풍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퐁 열풍 사이에서 게임산업의 불씨를 계속 키워 나가려는 아타리(Atari)사의 노력도 계속되었습니다.
아타리는 1975년 1월에 퍼수트(Pursuit), 4월에 인디 800(Indy 800), 하이-웨이(HighWay), 5월에 크로스파이어(Crossfire), 6월에 안티-에어크래프트(Anti-Aircraft), 7월에 골 4(Goal 4), 9월에 샤크 죠스(Shark JAWS), 10월에 크래시 앤 스코어(Crash 'N Score), 제트 파이터(Jet Fighter), 스티플체이스(Steeplechase) 를 차례로 제작, 발매했으며, 자회사 키 게임즈(Kee Games)를 통해서도 탱크 2(Tank II)를 5월에 발매하는 등 1975년 한해동안 무려 총 11개의 게임을 발매했습니다. 더구나 각 게임들은 퐁의 그늘에서 거의 완전히 벗어나 1인칭 슈팅, 레이싱, 대전액션, 스포츠, 경마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개발되어 게임시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아타리사의 각 작품들을 발매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1월에 발매된 퍼수트(Pursuit) 입니다. 이 게임은 1차 세계대전을 모티브로 한 1인칭 슈팅게임입니다. 비행기 조종장치를 흉내낸 스틱이 인상적인데요. 스틱의 윗부분에 버튼이 있어 마치 비행기 조종을 하는듯한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아쉽게도 제대로 된 게임화면이나 영상을 찾기는 힘들었지만 흐릿하게나마 확보된 게임화면을 보면 1인칭 시점의 슈팅게임 느낌이 잘 구현된 것 같습니다.
퍼수트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퍼수트 게임화면 (from ataricompendium.com)
다음은 4월에 발매된 인디 800(Indy 800)입니다. 이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데요. 특이하게도 8명이 네 방면에서 같이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퐁의 아류작들도 그렇고 인디 800도 그렇고 이렇게 4방향에서 마주보고 플레이하는 방식의 게임들이 이 당시에 많이 나온 것 같은데요. 캐비넷이 술집 등에 주로 설치되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 게임은 매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인디아나폴리스 500(Indianapolis 500) 레이스를 시뮬레이션 했다고 하는데요. 게임영상을 보면 서로 부딛히고 공격하는 좌충우돌 레이싱 게임인듯 하네요. 8명이 서로 경쟁하듯 하는 방식으로 여러사람이 모이면 나름 재미있게 즐겼을 것 같습니다.
인디 800 포스터(from Flyerfever.com)
인디 800 포스터 설명서(from Flyerfever.com)
인디 800 게임화면 (from alchetron.com)
인디 800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FSNkzmyVYoo)
다음은 4월에 발매된 하이웨이(HighWay) 입니다. 아타리사에서 발매된 캐비넷 중 앉아서 하는 최초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아타리사에서 나왔던 캐비넷들이 전부 서서 하는 형태였던 것 같습니다.
게임 형태는 세로로 스크롤되는 배경에 2차선 도로를 주행하는 방식인데요. 1974년에 타이토(Taito)에서 발매된 스피드 레이스(Speed Race)가 왠지 떠오르네요. 스피드레이스는 일방통행의 도로에서 컴퓨터와 경쟁하는 방식이라면, 하이웨이는 굴곡이 있는 2차선 도로에서 마치 국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구현한 것 같습니다.
하이-웨이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하이-웨이 포스터 설멍서 (from Flyerfever.com)
다른 형태의 하이-웨이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다른 형태의 하이-웨이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하이웨이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KZxwfCvFM30)
다음은 5월에 발매된 크로스파이어(Crossfire) 입니다. 이 게임은 2명이 양쪽에 위치한 막대기를 조종해서 공을 맞춰서 공을 상대편으로 보내는 게임입니다. 물리법칙이 충분히 적용되어서 공을 많이 맞추면 공이 빨라지고, 공의 아래나 윗부분을 맞추면 방향이 바뀌는 등 공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의 포스터나 설명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게임영상은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영상으로 어떤 게임인지 확인해 보시죠.
크로스파이어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FtES3ddKzlY)
다음은 5월에 자회사 키 게임즈에서 발매한 탱크 2(Tank II) 입니다. 이 게임은 1974년에 키 게임즈에서 발매한 탱크(Tank)의 후속편으로 게임내용은 동일하지만 맵과 레벨이 다른 버전입니다. 2사람이 서로 탱크를 조종해서 상대방을 맞추는 게임으로 컴퓨터와의 대전은 없고 사람간의 대전만 지원합니다. 1974년 발매된 탱크와 같은 내용의 게임이다 보니 영상자료는 찾을수가 없네요. 그래서 1974년 작품의 게임 영상을 참고로 올렸습니다.
탱크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88hMd0goHfk)
다음은 6월에 발매된 안티-에어크래프트(Anti-Aircraft) 입니다. 이 게임은 1인칭 슈팅게임으로 2명이 왼쪽, 오른쪽에 위치한 포를 조종하여 비행기를 많이 격추시키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며, 위, 아래, 발사 3개의 버튼을 사용하는 게임입니다. 비행기의 움직임이나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매우 단순화시킨 것 같은데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든듯한 느낌입니다.
안티-에어크래프트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안티-에어크래프트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다른 형태의 안티-에어크래프트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다른 형태의 안티-에어크래프트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안티-에어크래프트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D5MGXIk7eBQ)
다음은 7월에 발매된 골 4(Goal 4) 입니다. 이 게임은 퐁의 느낌을 축구로 변형한 게임으로 공을 상대편 골에 넣는 게임입니다. 2팀은 각각 공격, 수비로 나누어 플레이 할 수 있어 4명까지 플레이가 가능하고, 이 게임도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테이블 케비넷이네요. 게임 영상을 보면 퐁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골 4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골 4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m3A0A7t2FW4)
다음은 9월에 발매된 샤크 죠스(Shark JAWS) 입니다. 이 게임은 돌아다니는 상어를 피해서 물고기를 잡는 게임으로 상어에 닿으면 생명을 잃지만 횟수 제한 없이 다시 부활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생명에 제한이 없으므로 제한시간 내에 가능한한 많은 물고기를 잡는 기록게임 성격이 큰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제작사는 호러 게임즈(Horror Games)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아타리사가 제작했고, 호러 게임즈라는 이름은 영화 죠스(Jaws)의 저작권 및 관련 소송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샤크 죠스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샤크 죠스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샤크 죠스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VK1wn3JZHMg)
다음은 10월에 발매된 크래시 앤 스코어(Crash 'N Score) 입니다. 이 게임은 매년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주에서 열리는 축제 행사 중 하나인 데몰리션 더비(Demolition Derby)를 시뮬레이션 했다고 하는데요. 데몰리션 더비는 폐차로 서로 충돌시켜 마지막까지 주행이 가능한 최후의 자동차가 우승하는 레이싱이라고 합니다. 게임방식은 장애물을 피해 자동차를 움직여서 깜박이는 목표점에 도달하면 목표점에 쓰여있는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인데요. 저에게는 데몰리션 더비와 이 게임의 연관성이 잘 느껴지지는 않네요.
크래시 앤 스코어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크래시 앤 스코어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크래시 앤 스코어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G3eYcvMNYCo)
10월에 발매된 다른 게임 제트 파이터(Jet Fighter) 입니다. 이 게임은 2명이 서로 각자의 비행기를 조종해 상대를 격추시키는 게임인데요. 비행기의 움직임이 왠지 1962년 PDP-1으로 만들어진 스페이스 워(Space War)를 연상시킵니다. 움직임은 스페이스 워가 조금 더 답답한 것 같고, 스페이스 워는 상대 비행기를 맞추면 다시 원래 자리에서 시작하는 반면 제트 파이터는 상대 비행기를 맞춰도 점수만 올라가고 상대 비행기는 그대로 그자리에 있는 차이점이 있네요.
제트 파이터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제트 파이터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제트 파이터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RIH4IUYo9L0)
마지막으로 10월에 발매된 스티플체이스(Steeplechase) 입니다. 이 게임은 장애물 경마 게임으로 장애물을 넘어 누가 골에 먼저 도달하는지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6인용까지 가능하고, 아무도 3분 안에 골에 도달하지 못하면 가장 골에 근접한 사람이 우승입니다. 버튼은 단순하게 점프 버튼 하나인데요. 설명을 보면 점프를 잘 할수록 잘 달린다고 하네요.
스티플체이스 포스터 (from Flyerfever.com)
스티플체이스 포스터 설명서 (from Flyerfever.com)
스티플체이스 플레이 영상 (from https://youtu.be/Te6qFXqKImA)
아케이드에서 다양한 작품을 쏟아낸 아타리는 퐁의 후속 아이디어로 1975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홈 퐁(Home Pong)을 출시합니다. 홈 퐁의 아이디어는 1974년 해롤드 리(Harold Lee)가 제안하여 만들어졌으나 장난감 몰이나 전자제품 몰에서는 199불로 책정되었던 홈 퐁의 가격이 비싸고, 마그나복스 오디세이(Magnavox Odyssey)의 인기도 사그라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홈 퐁의 판매를 부정적으로 여겨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결국 시어즈(Sears) 백화점의 스포츠 코너에서 판매하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준비한 75,000대의 2배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네요.
이후 아타리는 1977년 10월 아타리 2600을 발매하기 전까지 콘솔시장에 퐁(1976, 2인용), 퐁 더블(Pong Doubles, 1976, 4인용), 슈퍼 퐁(Super Pong, 1976, 4개 게임 포함, 2인용), 슈퍼 퐁 텐(Super Pong Ten, 1976, 10개 게임 포함, 4인용), 슈퍼 퐁 프로-암(Super Pong Pro-Am, 1977, 4개 게임 포함, 2인용), 슈퍼 퐁 프로-암 텐(Super Pong Pro-Am Ten, 1977, 10개 게임 포함, 4인용), 울트라 퐁(Ultra Pong, 1977, 16개 게임 포함, 2인용), 울트라 퐁 더블(Ultra Pong Doubles, 1977, 16개 게임 포함, 4인용), 비디오 핀볼(Video Pinball, 1977, 7개 게임 포함, 1인용), 스턴트 사이클(Stunt Cycle, 1977, 4개 게임 포함, 1인용) 을 차례로 발매했습니다.
홈 퐁 1975년 버전 박스 (from computinghistory.org.uk)
초기 홈 퐁 칩 (from pong-stroy.com)
홈 퐁 후속 콘솔들 (from pong-story.com)
퐁 콘솔 정리표 (from pong-story.com)
1972년 퐁의 아케이드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수많은 퐁 아류작들이 발매된 것 처럼 홈 퐁의 성공으로 많은 회사들이 홈 퐁의 아류 콘솔게임기들을 발매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열품은 아케이드 시장과 콘솔 게임기 시장을 창조해냈으니 비록 퐁이 지금 하기에는 시시하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아타리사와 퐁이 현 시대 게임시장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은 인정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