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발자취/1970년대

[게임 발자취] 1973년 최초의 일본게임들 - 닌텐도(Nintendo)

JakeS_08 2019. 12. 2. 03:29

1973년에는 타이토(Taito)사에서 일본 최초의 게임인 엘레퐁(Elepong) 등 총 5개의 게임이 발매되었고, 이후 세가(Sega)에서도 퐁트론(Pong-Tron) 등 총 3개의 게임이 발매되었습니다. 1973년에는 닌텐도(Nintendo, 任天堂)도 처음으로 게임산업에 진출했는데요. 오늘은 닌텐도의 초반 역사와 1973년 발매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닌텐도는 세가, 소니와 더불어 콘솔업계를 주도해온 회사입니다. 패밀리 컴퓨터(Family Computer), 슈퍼패미콤(Super Famicom), 닌텐도64(Nintendo 64), 게임큐브(GameCube), 위(Wii), 위유(Wii U), 스위치(Switch)를 거쳐오며 '게임은 이래야 한다.' 는 방향성을 계속 제시해왔습니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도 게임보이(GameBoy), 게임보이 컬러(GameBoy Color), 게임보이 어드밴스(GameBoy Advance), 닌텐도 DS(Nintendo DS), 닌텐도 3DS(Nintendo 3DS)로 이어지며 수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닌텐도 로고 (from logos.fandom.com)


닌텐도 로고 변천사 (from logos.fandom.com)



닌텐도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입니다. 위 닌텐도 로고의 변천사를 보시면 그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닌텐도는 1889년 9월23일 야마우치 후사지로(Fusajiro Yamauchi, 山内房治郎)가 설립한 화투를 제조하는 닌텐도 곳파이(Nintendo Koppai, 任天堂骨牌)라는 개인 상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투의 앞 뒷면 사이에 석회가루를 넣어 화투를 바닥에 내려칠 때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화투를 치다 보면 이 석회가루가 터질때가 많아서 화투를 쉽게 살 수 있도록 담배가게를 유통망으로 확보했다고 합니다. 이 화투는 지금도 판매되고 있고, 이 당시 사용하던 개인 가게는 현재도 연구소로 사용중이라고 합니다.


초기 닌텐도 모습 (from namuwiki)


닌텐도 화투제품(from blog.beforemario.com)



아들이 없었던 1대 야마우치 후사지로 회장의 사망 이후 1929년에는 데릴사위 야마우치 세키료(Sekiryo Yamauchi, 山内積良)가 2대 회장이 되었고, 그는 1947년 회사 이름을 주식회사 마루후쿠(Marufuku Co., Ltd., 丸福かるた販売株式会社) 로 바꾸었지만 2년 후인 1949년 사망하였고, 2대 야마우치 세키료 회장 역시 아들이 없어 1대 야마우치 후사지로 회장의 다른 데릴사위의 아들이자 손자인 야마우치 히로시(Hiroshi Yamauchi ,山内溥)가 3대 회장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야마우치 히로시의 나이는 22세로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중퇴하고 회장직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는 1950년에 회사 이름을 닌텐도 카루타 주식회사(Nintendo Karuta Co., Ltd., 任天堂かるた株式会社)로 바꾸었고, 최종적으로 1963년에 현재의 이름인 닌텐도 주식회사(Nintendo Co., Ltd, 任天堂株式会社)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3대 야마우치 회장은 1953년 세계에서 최초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트럼프 카드를 생산하여 히트시켰고, 1959년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을 사용한 디즈니 트럼프카드로 다시한번 성공했습니다. 이후 일본 최대의 카드생산회사가 된 닌텐도는 세계 최대의 카드회사를 목표로 삼고 미국 견학길에 오르지만 견학을 갔었던 미국의 최대 카드제조회사 USPC(American Playing Card Company) 의 회사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작은 사실에 충격을 받아, 야마우치 회장은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닌텐도 트럼프 카드 (from blog.beforemario.com)


디즈니 트럼프 카드(from blog.beforemario.com)



사업 확장을 생각하게 된 닌텐도는 먼저 1960년 다이야 교통(Daiya, ダイヤ交通) 라는 택시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성공적인 것 같았지만 관리 노하우 부족과 노동조합과의 문제 때문에 결국 10년만인 1969년에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다이야 교통은 야사카 그룹(Yasaka)에 통합되어 지금도 교토지역에서 남 야사카 교통(South Yasaka, 南 YASAKA 交通) 이라는 이름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닌텐도는 1961년 패스트 푸드 식품 회사인 산진 식품(Sanjin Food, 三近食品)을 설립하고 인스턴트 쌀밥을 포함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닌텐도가 개발한 인스턴트 쌀밥은 지금의 인스턴트 쌀밥과는 조금 달리 죽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닌텐도는 러브호텔, TV 네트워크, 사진 복사기, 두사람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훌라후프, 교통보험이 포함된 유모차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한데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카드 판매마저 감소해서 주식 가격은 역대 최저인 60엔까지 떨어졌고 도산위기까지 처했다고 하네요. 1968년에는 N&B Block 이라는 레고 짝퉁 장난감을 만들었고, 레고와 호환된다는 홍보까지 하는 바람에 레고에게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교토에서 운행중인 야사카 택시(from Gazoo.com)


교통보험이 포함된 유모차(from ccc.technews.tw)


N&B 블록(from blog.beforemario.com)




닌텐도는 아이들 장난감 사업 외에는 야심차게 기획했던 사업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원래 사업 영역이었던 놀이 영역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닌텐도는 1960년대 중반부터 여러가지 아이들 장난감들을 많이 출시했는데요. 게임보이의 아버지 요코이 군페이(Gunpei Yokoi, 横井 軍平)도 아이들 장난감 사업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1965년 화투 제작기계의 유지보수를 위해 입사한 요코이 군페이는 쉬는시간을 위해 장난감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그것을 본 야마우치 사장은 요코이 군페이에게 1966년 크리스마스 기간 판매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해보라고 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만능팔 장난감 울트라 핸드입니다. 울트라 핸드의 대성공 이후 요코이 군페이는 장난감 연구제작에 집중하여 야구공 피칭머신 울트라 머신, 퍼즐게임, 러브 테스터 등을 출시했습니다.



울트라 핸드(from blog.beforemario.com)


울트라 머신 (from blog.beforemario.com)


러브 테스터(from blog.beforemario.com)


레이저 광선총 (from blog.beforemario.com)


레이저 광선총 타겟 (from blog.beforemario.com)



1971년에는 샤프(Sharp, シャープ)의 우에무라 마사유키(Masayuki Uemura, 上村雅之)를 영입해 요코이 군페이와 함께 장난감용 레이저 광선총을 개발했습니다. 광선총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야마우치 사장은 광선총을 대규모 레저시설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요. 당시 쇠퇴기였던 버려진 볼링장을 인수해서 레이저 클레이 사격 시스템(Laser Clay Shooting System, レーザークレー射撃システム)을 설치, 1973년 5월에 대중에 첫 선을 보입니다. 설치비용이 4~4.5백만엔이었다고 하니 한화로 약 4천~5천만원 정도 되는 규모네요. 첫 몇주간은 성공적이었다고 하는데요. 불행히도 1973년 10월부터 시작된 오일쇼크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어 레이저 클레이 사격장 확장에 제동이 걸립니다. 기존에 발주되었던 물량들의 취소주문으로 닌텐도는 또 한번의 위기를 겪게 되고, 1974년 레이저 사격 시스템의 소형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됩니다.

게임방식은 프로젝터가 보여주는 경관 위에 표적이 지나가고, 그 표적을 광선총으로 맞추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 밀워키 코인(Milwaukee Coin Inderstries)에 의해 1971년부터 발매되었던 아케이드 사격 게임들과 방식이 유사하네요.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게임이라고 하기 조금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타이토(Taito)의 엘레퐁(Elepon)보다 2개월 먼저 발매되었지만 일본 최초의 컴퓨터 게임은 엘레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닌텐도 레이저 클레이 사격장 (from fashionableclay.blog.fc2.com)


비록 레이저 클레이 사격 시스템이 명확히 컴퓨터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이 사격장 이후 닌텐도는 점차 게임개발사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후의 닌텐도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과 함께 따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