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75년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미국의 기타 게임 제작사에서 발매한 게임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75년에도 약 16개의 퐁 아류 게임들이 여러 제작사에 의해 발매되면서 퐁의 열풍을 이어갔지만, 레이싱이나 슈팅, 퀴즈 게임 등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기타 제작사들에 의해 많이 발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쪽에서는 그동안에는 틱택토나 체스등의 보드게임, 그리고 여러가지 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주로 만들어졌지만 1975년에 간단한 그래픽과 텍스트가 결합된 초기 롤플레잉 게임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게임의 원형들은 이후 퍼스널 컴퓨터쪽으로 계승되어 큰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먼저 일렉트라 게임즈(Electra Games)에서 발매된 어벤저(Avenger), 페이스 카 프로(Pace Car Pro), UFO 체이스(UFO Chase)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렉트라 게임즈는 유니버설 리서치 랩(Universal Research Labs, URL) 산하 회사로 1975년과 1976년 2년에 걸쳐 7개의 게임을 발매한 회사입니다. 유니버설 리서치 랩은 1973년 얼라이드 레져 인더스트리(Allied Leisure Industry)와 퐁 아류작인 패들 배틀(Paddle Battle) 게임의 회로 기판을 제조하기 위해 게약을 체결한 후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비디오 액션 시스템 1, 2, 3, 4 (Video Action System, VA-1, VA-2 .VA-3, VA-4)를 차례로 발매하며 약 10여개의 게임들을 발표했습니다.
VA-2 홈버전. 판매되지는 않았음. 홈버전에 TV와 코인기가 붙은 아케이드 버전이 판매됨 (from www.pong.-story.com)
테니스, 하키 게임이 가능했던 VA-3 콘솔 (from www.pong-story.com)
어벤저(Avenger)는 1975년 11월에 발매된 슈팅게임으로 무려 상하 스크롤이 되는 슈팅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최초의 스크롤 슈팅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쉽게도 플레이 화면이 명확하게 보이는 영상을 찾지는 못했지만 캐비넷 영상을 보면 배경화면이 스크롤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벤저 캐비넷 (from ebay)
어벤져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어벤져 포스터 매뉴얼(from flyers.arcade-museum.com)
어벤져 영상 (from youtube(https://youtu.be/dlrnFLl4eTM)
페이스 카 프로(Pace Car Pro)는 탑다운 뷰의 4인용 레이싱 게임으로 4개의 조이스틱으로 조종하게 설계되었습니다. 플레이 영상은 없지만 캐비넷에 그려져 있는 게임화면은 아타리(Atari)의 그란 트랙 10(Gran Trak 10)이나 인디 800(Indy 800)을 연상시키네요.
특이하게도 이 게임은 캐비넷 언박싱 영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플레이 영상은 없지만 언박싱 영상에서 캐비넷 형태나 내부구조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 카 프로 매뉴얼(from archive.org)
페이스 카 프로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페이스 카 프로 포스터 매뉴얼(from flyers.arcade-museum.com)
페이스 카 프로 언박싱 영상 (from youtube(https://youtu.be/53ZNgoCRbcE)
UFO 체이스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대전 슈팅게임으로 왼쪽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블랙 UFO와 오른쪽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화이트 UFO가 15초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공격하고 도망가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공격 차례가 되었을때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방어차례가 되었을때는 상대방의 공격과 장애물인 소행성도 피해 도망다녀야 합니다. 6번의 교대 후 점수를 합산해 승패가 결정됩니다. 게임화면이나 영상은 구하지 못했지만 아래 포스터의 캐비넷 그림과 게임설명을 보면 대략 게임방식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UFO 체이스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다음은 RCA Corporation 에서 발매된 볼링(Bowling), 체이스2(Chase II), 마인즈(Mines), 소드(Swords)를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CA는 1960년대 IBM에 이어 메인프레임 컴퓨터 분야에 진출한 많은 회사 중 하나로 IBM System / 370 과 경쟁하기 위해 RCA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 분야에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1972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했으며, IBM 370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약 5억불의 투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메인프레임 컴퓨터 사업부문은 매각되었습니다. 하지만 RCA는 1971년 System 00 제작으로 개인용 소형 컴퓨터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 나아갔으며, 퐁의 대성공 이후 RCA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컴퓨터 관련 노하우를 살려 1977년에 RCA 스튜디오 2 (RCA Studio II)와 RCA 스튜디오 3 (RCA Studio III) 라는 가정용 게임기를 차례로 발매하였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였고, 1977년 10월에 아타리 2600(Atari 2600)가 발매되자 카트리지 게임 11개, 내장게임 5개를 끝으로 곧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RCA는 1919년에 설립되어 미국의 주요 전자회사로 활약하였으며, GE(General Electric)의 자회사였으나 1932년 정부의 독점 금지법 소송의 일환으로 독립회사가 되어 라디오 산업의 선두에 섰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다국적 대기업으로 확장을 시도했으나 여러 부침을 겪으며 결국 1986년 모기업이었던 GE에 인수되어 현재는 브랜드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System 00 (from retrotechnology.com)
RCA 스튜디오 2 (from Wikipedia)
RCA 스튜디오 2가 발매되기 1년 전인 1975년에는 시장성 측정을 위해 볼링(Bowling), 체이스2(Chase II), 마인즈(Mines), 소드(Swords) 4개의 아케이드 게임을 제작하여 쇼핑몰에 배치했는데요. 이 아케이드 게임들은 판매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볼링은 최초의 그래픽 볼링게임이 아닌가 싶은데요. System 00 용으로 1974년에 발매된 게임을 아케이드용으로 이식하여 1975년에 발매되었습니다. 공을 핀쪽으로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공을 직선이나 곡선으로 구르도록 조종이 가능하고, 스페어, 스트라이크도 잘 구현되어 있는 등 볼링을 성공적으로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체이스 2 (Chase II)는 2명의 플레이어가 배를 조종해서 서로를 쫒는 술래잡기 형식의 게임입니다. 한쪽이 술래가 되어 제한시간 내에 다른 한쪽을 터치하면 이기는 게임으로 배는 8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인즈(Mines)는 2명의 플레이어, 혹은 1명의 플레이어와 컴퓨터가 배를 조종해서 상대방을 지뢰로 공격하거나 몸으로 부딛혀 공격하는 방식의 게임으로 체이스 2와 유사한 형태의 게임입니다.
소드(Swords)는 2인 대전 게임인데요. 제목대로 칼을 들고 대전하는 게임입니다. 아케이드 실기 구동영상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RCA 시스템들의 에뮬레이션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중 소드 게임은 아래 영상과 같이 에뮬레이션 구동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RCA 시스템들의 에뮬레이션에 대한 Github 페이지를 첨부합니다. (Github RCA System Emulatiors)
소드 플레이 영상 (from Youtube(https://www.youtube.com/watch?v=xbSNnIyc1K4)
다음은 얼라이드 레져 인더스트리 (Allied Leisure Industries)에서 1975년에 차례로 발매한 F-114, 파이어 파워(Fire Power), 퍼스볼(Futsball), 스키(Ski), 스트리트 버너(Street Burners)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라이드 레져는 로날드 할리버튼(Ronald Halliburton)과 데이비드 브라운(David Braun)의 회사가 통합되어 1968년에 설립되었으며, 브라운과 할리버튼의 회사는 1968년 이전에도 각종 기계식 코인 게임기를 제작해왔던 회사들이었습니다. 얼라이드 레져는 1969년 세가(Sega)의 그랑프릭스(Grand Prix), 카스코(Kasco)의 인디500(Indy 500), 시카고 코인(Chicago Coin)의 스피드웨이(Speedway) 등의 기계식 코인 레이싱 게임에 영향을 받아 1970년 4월 와일드 사이클(Wild Cycle)이라는 오토바이 레이싱 게임을 발매했습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핸들 바에 진동이 전달되는 기술을 사용했으며, 이것은 최초의 진동 컨트롤러로 보여집니다. 와일드 사이클은 얼라이드 레져의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었으며, 이 영향으로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에도 뛰어들게 됩니다.
1972년 아타리(Atari)의 퐁(Pong)이 발매되자 얼라이드 레져는 재빨리 퐁을 입수해서 얼라이드 레져의 첫 비디오 게임이자 퐁의 카피게임인 패들 배틀(Paddle Battle)을 1973년 3월에 발매했습니다. 이후 1979년까지 약 16개, 센츄리(Centuri)란 이름으로 약 10개의 게임을 발매하였습니다.
와일드 사이클 캐비넷 사진(from allincolorforaquarter.blogspot.com)
F-114는 적 전투기를 격추시기는 1인칭 슈팅게임으로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면 의자도 같이 회전하는 체험형 게임입니다.
화면도 대형화면인데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현장감이 상당히 좋았을 것 같습니다. 기계식 코인 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회사여서 그런지 완성도 높은 체감형 게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F-114 캐비넷(from pinrepair.com)
F-114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F-114 플레이 영상(from youtube)
파이어 파워(Fire Power)는 탱크를 조종해서 항공기를 격추하는 게임입니다. 아쉽게도 명확한 게임영상이나 화면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래 흐릿한 게임화면을 보시면 탑뷰방식의 탱크 슈팅게임으로 확인됩니다.
파이어 파워 캐비넷(from arcade-museum.com)
파이어 파워 게임영상(from international Arcade Museum)
파이어 파워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퍼스볼(Futsball)은 2인용 풋볼게임입니다. 6명을 하나의 조이스틱으로 동시에 조종해서 공을 상대편 필드 끝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게임 형태는 퐁과 매우 유사했지만 패들이 아니라 조이스틱을 사용했다는 점이 다른점이었습니다.
퍼스볼 캐비넷(from arcade-museum.com)
퍼스볼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스키(Ski)는 탑뷰 방식의 게임으로 발판으로 캐릭터를 조종해서 폴대들을 통과하는 게임입니다. 양쪽에 있는 스키 스틱은 캐릭터의 스피드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스키 역시 F-114와 마찬가지로 그당시 기준으로 매우 발전된 형태의 체감형 게임이었습니다.
스키 매뉴얼(from marcospecialties.com)
스키 포스터(from flyers.arcade-museum.com)
스트리트 버너(Street Burners)는 탑뷰 상하 스크롤 방식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트랙은 고정되어 있지만 다양한 소형 차량들을 피해 시간 내에 목표점에 도달해야 하는 방식이며, 스티어링 휠과 패달을 사용해서 자동차를 조종해야 했고, 2인 플레이가 가능했었습니다.
스트리트 버너 캐비넷(from arcade-museum.com)
스트리트 버너 포스터 (from flyers.arcade-museum.com)
스트리트 버너 플레이 영상(from youtube)
마지막으로 컴퓨터의 게임들 몇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초기 롤플레잉 게임인 던전앤드래곤(dnd), 던전(Dungeon), 모리아(Moria), 패딧5(Pedit5) 그리고 1인칭 탱크 슈팅게임 팬서(Panther)가 1975년에 개발되었는데요. 특히 롤플레잉 게임들은 최초의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 혹은 MUD(Multi User Dungeon)게임들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게임들이어서 자료들이 별로 없지만 짧은 플레이 영상들이 확인되네요. 게임 영상들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던전앤 드래곤(Dnd) (from Youtube)
던전앤 드래곤(Dnd), 던전(Dungeon) (from Youtube)
모리아(Moria), 팬서(Panther) (from Youtube)
모리아(Moria), 패딧5(Pedit5) (from Youtube)
이외에는 자세히 글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도우 게임즈(Meadows Games)에서 발매한 비행기에서 폭탄을 떨어뜨려서 적을 맞추는 게임인 드롭 존 4(Drop Zone 4), 프로젝트 서포트 엔지니어링(Project Support Engineering)에서 발매한 움직이는 상어를 피해서 아이템을 가져오는 게임인 맨이터(Maneater), 마이크로 게임즈(Micro Games)에서 발매한 1인칭 시점 슈팅게임 PT-109 등이 1975년에 발매된 눈여겨볼만 한 게임들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1975년이 끝났습니다! 1976년은 애플1(Apple 1)이 발매된 해입니다. 다음에는 애플1 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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